08.05.03
 아무런 계획도 없이 아침을 맞았다. 사실 샤워를 하려고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자버렸지만. 부스스한 상태로 일어나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런던에 있을때와는 사뭇 다른 이 밥상. 이정도면 진수성찬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나가기 직전까지도 어디를 갈까 망설였다. 여자 두분이서 온 팀은 하이델베르크에 간다고 아저씨가 말해주며 같이 가는건 어떠냐며 물어봤는데, 결국 망설이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홀로 하이델베르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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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로 가는 열차 내부. 이때부터 시작된 주광에서의 ISO 800 압박..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이어폰을 꽂고 분책해온 가이드북을 보기도 하고 창밖 풍경을 보기도 하다 결국 잠이 들었다. 어디쯤이었을까 누군가 날깨우기에 눈을 떴더니 하이델베르크에 왔다며 웬 독일인이 깨워준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기차에 내려서 시계를 봤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는 생각에 플랫폼을 나가 역앞으로 나갔더니 맙소사. 여기는 하이델베르크가 아니라 다름슈타트였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면서 열차 시간표를 보니 이래저래 애매한 시간대다. 작은 도시기에 잠깐이라도 둘러볼까 시내로 나서려는데 웬일인지 사람도 없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우연히 마주친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더니 "럭키~" 광장까지 자신의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난생 처음타본 혼다 자동차.

 이동중에 아저씨가 독일인이 아닌 터키인이며 신문을 사러 나왔다가 이렇게 나와 함께 동행하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결코 납치가 아닌거다). 집에서 걱정을 할까 집에다 전화까지 한다. 여행을 많이 다녔었는지 한국에도 와본 적이 있다고 한다. 제주도, 서울 등.. 나에게는 뭘 하냐기에 졸업을 하고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한국에서는 취업이 상당히 힘들다는 것까지.

 광장에 도착해 여기저기 갈만한곳을 알려주며 가는 방법을 알려주다가 또 다시 나를 태우고 마틸다 언덕으로 향한다. 딱히 가이드북을 펴지 않아도 될만큼 간략하고 핵심만을 골라 얘기해준 친절한 아저씨. Five Fingers라는 곳에서는 얼마 안되는 돈이라지만 입장료까지 내주면서 같이 올라가 줬다. 비록 수리중이라 최상층에 올라가 한눈에 내려다 볼 수는 없었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창문으로 봤던 풍경도 정말 멋졌다.


 내려와서는 러시안 교회와 주변 건물등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이 주변엔 다양한 건축양식이 있는데 예전에 피랑스인이나 영국인들등이 와서 살았기 때문이란다. 나머지 미술관 같은 곳들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열지 않아서 바깥에서 볼 수 밖에 없었다.

 대략적인 관광을 마치고 지난번과 같이 아저씨에게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고 물어 사진을 찍었다. 첫장에 노출 오버가 되어 하이라이트가 날아가서 다시 한번 부탁했더니 다시 그 자리에 앉아 똑같은 포즈를 취해주신다. 정말 오랫동안 기억할 고마운 아저씨.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항상 배려해 주셨지만, 미안한 마음에 대충대충. 사진으로서 건질건 별로 없지만 추억은 잔뜩.

 비록 처음에 잘못 내렸다는 걸 알았을 때에는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지만, 그 덕에 생각지도 못한 좋은사람을 만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역으로 돌아오는길에도 몇몇 건물에 대해 소개를 해주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새로운 대학 건물을 짓는데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가는지 아저씨의 표현을 그대로 쓰자면 "Crazy". 하긴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 그럴만도 하다.(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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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돌아가던 길에 창밖으로 막샷


 역에 도착할 즈음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저씨 이야기를 해드렸니 신기해 하신다. 통화를 마치자 누구였냐고 관심을 보이는 아저씨. 어머니라고 하긴 했는데.. 그 다음에 뭐라고 했는지 아쉽게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걱정하지 않게 하라는 비슷한 대화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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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여행객에게 또 다시 친절을 배풀고 계실까?


 아저씨에게 헤어질때의 인사를 위해 터키어로 고맙다는 말이 뭐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터키어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Teşekkür"(테세쿠레르) 라며 알려준다. 몇번씩이나 발음 교정을 받아가며 성공 했던 잊을 수 없는 그 말, Teşekkür.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Teşekkür Turkish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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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8/5 01:19 2008/8/5 01:19
Posted by nan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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